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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펭귄클래식)

by nice dream 2024. 3. 13.

지킬박사와 하이드(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소설 자체도 매우 유명할 뿐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등 여러 방식으로 각색되면서 대략적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서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생각처럼 많지 않을 듯하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막연히 알고 있었던 줄거리 외에도 인간의 본성, 선함과 악함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터슨 변호사는 먼 친척인 엔필드와 함께 산책을 하다 어느 집 문 앞에서 엔필드가 목격한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보기만 해도 혐오감을 느끼게 생긴 어떤 남자가 길 모퉁이에서 부딪힌 여자아이를 짓밟고 가버린 사건이었다. 엔필드에게 붙잡힌 '하이드'라는 남자는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지킬 박사 명의의 수표를 건네는데 그는 어터슨의 친구이자 매우 부자이고 유명한 사람이다. 한편 지킬 박사의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는 어터슨은 지킬이 무엇인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임을 직감한다. 

유언장에는 의학박사, 민법박사, 법학박사, 왕립협의회원 등인 헨리 지킬의 사망 시, 그의 모든 소유물을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양도할 뿐 아니라, 지킬 박사의 '실종 또는 3개월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의 부재 시'에도 전기한 에드워드 하이드가 즉시 헨리 지킬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어터슨은 하이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고 하지만 좀처럼 그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어터슨은 하이드의 정체가 예전에 지킬이 저지른 어떤 과오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옛날에 저지른 죄의 망령이, 숨기고 있던 불명예스러운 치부에 대한 형벌이, 자기애가 그 과오를 용서하고 그에 대한 기억도 이미 잊혀진 지 오래인 지금, 뒤늦게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온 거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으로 하이드가 지목된다. 경찰은 하이드의 뒤를 쫓지만 하이드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이고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어터슨은 지킬을 찾아가 하이드에 대해 묻지만 하이드와의 관계가 이제 끝났다는 지킬의 말에 안심한다.

 "아니야, 하이드가 어떻게 되건 신경 쓰지 않아. 정말 끝났다니까. 나는 이 끔찍한 일로 인해 혹 내 자신의 인격이 위험에 처할까 봐 그걸 염려하는 걸세."
어터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친구의 이기심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그래서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다.

 

얼마 후 지킬과 어터슨의 친구였던 래니언 박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어터슨에게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그 편지는 '헨리 지킬 박사의 사망 또는 실종 시까지 개봉하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어느 저녁 어터슨의 집에는 지킬의 하인인 풀이 찾아오는데 무엇인가 범죄가 일어난 것 같다며 지킬의 집에 함께 동행할 것을 요청한다. 지킬의 서재에 지킬이 아닌 하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이미 하이드는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그리고 래니언과 지킬의 편지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핸리 지킬은 많은 재산과 훌륭한 신체를 물려받고 태어났으며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단점은 쾌락을 탐하는 성향이었는데 그로 인해 이중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그런 부조리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두 개의 본성을 분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구를 하게 된다.

내 의식 속에는 서로 갈등하고 있는 두 개의 본성이 있으며, 비록 내가 그중 어느 한쪽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양쪽 모두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각각의 본성을 별개의 개체에 담을 수 있다면, 참을 수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부조리한 존재는 그의 고결한 쌍둥이의 열망과 자책으로부터 해방되어 그만의 길을 가고, 정의로운 존재는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높은 곳을 향한 그의 길을 가면 될 것이다.

 

결국 그의 연구는 성공하여 약을 통해 악한 본성으로만 이루어진 하이드가 탄생한다. 처음에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것이 약간의 일탈이나 재미있는 일 정도로 여기지만 곧 하이드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는 반대로 약의 도움 없이는 지킬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내가 위장한 모습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쾌락은 앞서 말한 것처럼 '품위 없는' 처신 정도였지, 그보다 더 심한 이름으로 부를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에드워드 하이드의 손으로 행해지는 행동들은 곧 극악무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곧 나는 다시 한 번 하이드의 욕망으로 분노하며 몸이 굳어졌다. 이번에는 약의 양을 두 배로 늘리고서야 내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함과 악함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적당히 자기 욕망이나 악한 감정을 누그러뜨리며 살아야 하지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이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킬은 그런 사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악한 본성을 가진 하이드를 탄생시킨다. 지킬의 모습으로는 선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하이드라는 인물을 통해 악한 본성을 마음껏 발산한다. 그리고 하이드로 변신했을 때 저지른 일들은 마치 본인이 하지 않은 것처럼 여긴다. 매우 위선자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회에서도 비록 하이드로 변신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겉으로는 선량한 척 하지만 뒤로는 온갖 나쁜 일을 다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킬은 결국 악한 본성을 가진 하이드에게 완전히 잠식당하고 다시는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악의 속성을 경고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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