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학교에서 소라게 한마리를 받아왔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라게를 바라보며 서로 한번 만져 보겠다고 실랑이를 합니다. 저도 처음 보는 작은 생물이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위험을 느끼면 작은 소라집 안으로 쏙 들어가 숨어있다가 조용해지면 더듬이로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나와서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워 보입니다. 한 번도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특별한 계획이 없었지만 막상 우리 집에 찾아온 작은 생명을 보니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소라게에게 사육장과 먹이가 필요할 것 같아 검색해 보니 소라게 키우기 세트를 판매하고 있어서 주문을 했습니다. 원래 바다에 살던 동물이라 소금물도 필요한데 일반 소금은 안되고 해수염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죽을수도 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조용히 놔두자고 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사육장과 여러가지 물품이 도착해서 소라게 집을 만들어줬습니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라게 사육장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소라게의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큰아이가 소라를 거꾸로 해서 '라소'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저는 좀 더 특별한 이름을 붙여줬으면 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자꾸 부르니 라소라는 이름도 정감이 가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소라게가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며칠 조용히 놔두기로 했습니다. 먹이와 물만 갈아주고 수시로 관찰하는데 야행성이라 그런지 낮에는 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밤에 조용히 나와서 먹이와 물만 먹고 다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날 막내가 왜 형아 소라게만 있고 우리들은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마리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던지라 소라게를 추가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세명이니 소라게도 세 마리여야 합니다. 그리고 세 마리를 키우려면 더 큰 사육장이 필요합니다.
추가로 소라게를 두마리 더 구매해서 핑크색과 보라색 소라게가 도착했습니다. 핑크색 소라게를 두고 서로 다툴 줄 알았는데 둘째 딸아이가 셋째에게 통 크게 핑크색을 양보합니다. 역시 누나라 그런지 다르긴 다릅니다.
아이들은 각자 소라게에게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첫째는 '라소', 둘째는 '구름이', 셋째는 '귀요미' 입니다. 소라게도 각자 성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라소는 처음부터 경계심이 많고 활발하지 않았는데 구름이는 매우 활발합니다. 귀요미도 라소와 조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적응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죠.
그런데 처음에는 흥미를 많이 보이던 아이들도 소라게들이 잘 나오지 않자 이제 관심이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꾸준히 사육장을 관리하고 먹이랑 물을 수시로 공급하고 갈아주고 있습니다. 가끔 새벽에 나와 활동하는 소라게의 모습을 관찰하다 들어가기도 합니다. 왠지 아이들보다 제가 더 신난 것 같습니다. 이미 키우기로 결정 한 순간부터 이것은 내 일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삼 남매와 더불어 소라게 세 마리까지 키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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