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기록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허지원, 김영사)

by nice dream 2023. 11. 14.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산다.
이미 지나 버린 일들을 다시 돌이킬 수도 바꿀 수도 없지만 때때로 순간순간 휘몰아치는 그 감정에 사로잡혀 우울해지고 고통받는다. 저자는 임상심리학 및 뇌과학 측면에서 마음의 문제를 살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느낌을 받으며 이전에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내 마음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도 어떤 날은 스스로 괜찮아 보이고, 어떤 날은 기분이 바닥 끝까지 가라앉는 경험을 하면서 그저 버티며, 수습하며, 꾸준히 살아갈 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높은 자존감이란 일종의 허상에 불과하다. 한때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은 자존감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더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개인은 자신의 성취를 얕잡아서 스스로 하대하고 모진 자기 평가를 하게 되었다.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칭찬을 들어도 그 칭찬과 자기 개념을 별개의 것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칭찬을 받을 때 반사적으로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스스로 낮추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갑자기 칭찬을 들으면 아니라고 그냥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데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낮은 자존감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곤 하는데 때로는 '착한 아이 증후군'처럼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나 불안을 차마 직면하지 못하고 모르는 척하는 모습으로, 어떨 때는 '발끈'하면서 불같이 화를 낸다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마찬가지로 자기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오래전 주 양육자들은 애착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아이의 행복감과 불행감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불안정-불안 애착인 경우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흔하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자기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타인의 인정에 매우 예민한 특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로 상대의 질투를 유발하는 등의 미숙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우리를 키울 때는 애착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고 '권위가 있다는 것'과 '권위주의적인 것'의 의미를 혼동하여 불안정한 관계의 애착 형성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자라 버린 우리들은 그것을 부모님께 따져 물을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부모가 아닌 나 스스로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마음의 평안으로 이끄는 방법을 제안한다. 뇌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씩 속이며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 삶에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어야 합니다. 노력을 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지, 지나친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마음을 부숴가면서까지 완벽을 위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완벽주의 경향성이 세대를 지나오면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한국인이 앓고 있다는 '만성피로 증후군'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기비판적인 완벽주의가 결국 매일의 짜증을 만들어내고 매우 위험한 수준의 스트레스 민감성과 우울, 자살시도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을 몰아붙이며 소모하는 모습은 옳지 않아 보인다. 완벽주의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보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력하되, 애쓰지 말아요.
인지하되, 의식하지 말아요.

우리는 항상 실패한다. 당장은 어떤 성과를 이뤄내더라도 언젠가는 또 실패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실패에 매번 패배감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 일이 아주 그렇게 내 탓이 아님을, 또 남들에게 엄청나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시종일관 나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마음의 문제들이 다 내 탓이 아님을, 그리고 스스로 마음을 한번 돌아보고 감싸 안아줄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너무 세상에 치여, 또는 남들 눈치 때문에 잘 알아주지 못했던 나에게, 내 마음에게 그래도 괜찮다 하며 위로해 주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