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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책이 없는 미래 -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 황금가지)

by nice dream 2023. 11. 14.
화씨451
화씨 451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
요즘은 다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난리다.  TV프로그램이나  SNS등에도 여러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읽는 행위를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로 인해 문맹률은 역사 이래 최저로 떨어졌지만 실제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마도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영상 콘텐츠들이나 게임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책에 빠지는 것을 크게 방해받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책을 소개하는 것도 TV나 유튜브의 콘텐츠 들이고 읽는 것을 방해하는 것도 그런 영상물 때문이라 생각하니 뭔가 아이러니하지 않나?

이 책은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SF소설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책들을 모두 없애버린 미래 사회를 그린다. 주인공인 '가이 몬태그'는 책을 불태우는 책을 불태우는 일명 방화수(fireman)라 불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라고 한다.

월요일에는 밀레이를, 수요일에는 휘트먼을,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방화수의 공식 슬로건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는 소방수라는 직업은 더는 존재하지 낳고 다만 책이 발견된 집에 찾아가 모든 책들을 불태워 버리는 방화수만이 존재하고 있다. 가이 몬태그는 어느 날 귀가하는 도중 클라리세 매클런이라는 특이한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더 이상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풀이나 꽃, 하늘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반면에 몬태그의 아내인 밀드레드는 하루 종일 거실의 벽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라디오만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데 그 외의 모든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매클런은 몬태그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하고 몬태그는 행복하다고 대답하지만 점점 생각할수록 그는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클라리세와 만나 가끔 이야기를 나누며 몬태그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몬태그는 몸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뜨거운 부분과 차가운 부분,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구 떨리는 부분과 고요히 있는 부분, 두 부분들이 맹렬하게 부딪치며 서로를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책을 불태운 사람은 결국 우리였다.
한밤중에 신고를 받고 책을 불태우기 위해 출동한 어느 집에서 또 한 여자를 만나는데 그녀는 책과 함께 불태워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몬태그는 그 집에서 무엇에 홀린 것처럼 가슴속에 책을 숨겨 가지고 나온다. 다음날 몸이 아프다며 출근하지 않는 몬태그에게 방화서 서장인 비티가 찾아온다. 그는 몬태그의 갈등을 눈치채고 온 듯하다. 그리고 몬태그에게 책이 왜 불태워져야 하는지 역설한다.

"고전들이 15분짜리 라디오 단막극으로 마구 압축되어 각색되고 다시 2분짜리 짤막한 소개말로, 결국엔 열 내지 열두 줄로 말라비틀어져서 백과사전 한 귀퉁이로 쫓겨났지.
(중략)
나중에는 '햄릿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해서 보면 기껏해야 한 페이지 정도 설명해 놓은 게 다가 되었지. 그러면서 광고엔 이렇게 나오고.
이제 당신은 모든 고전들을 완전히 통달할 수 있습니다. 읽으십시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되십시오.

사실 처음부터 책을 불태운 것은 아니었다. 책을 멀리한 사람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과 거의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요약된 도서 다이제스트 판이 나오고 그것을 읽은 사람들은 마치 그 책을 다 읽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책이란 옆집에 숨겨 놓은 장전된 권총이야. 태워버려야 돼. 무기에서 탄환을 빼내야 한다고.

그리고 비티는 모두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책을 불태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한테 해석이 필요 없는 정보를 잔뜩 집어넣거나 속이 꽉 찼다고 느끼도록 '사실'들을 주입시켜야 돼. 새로 얻은 정보 때문에 '훌륭해'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그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거야.

이 작품이 1953년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 소설과 비슷한 현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하면서 작가의 통찰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은 어느 누구도 강제로 빼앗아 갈 수 없다.
비티의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은 몬태그는 예전에 공원에서 만났던 파버 교수를 기억해 내고 찾아간다. 그리고 그에게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파버 교수와 함께 비티 서장에 대항해 보려 하지만 방화서에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게 되고 몬태그는 출동한 곳이 자기 집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우고 비티 서장을 살해한 후 도망친다. 도망친 끝에 만난 사람들은 책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책을 불태우는 것에 반대해 도망자 신세가 된 사람들로 책을 소유할 수 없게 되자 각자가 책을 외워서 한 권의 책이 된 사람들이다.

"사악한 정치 소설인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를 소개합니다. 이 사람은 찰스 다윈이고, 이 사람은 쇼펜하우어이고, 이 사람은 아인슈타인, 그리고 여기 바로 이 사람은 아주 관대한 철학자인 앨버트 슈바이처입니다. 몬태그, 여기 있는 우리 전부가 아리스토 파네스, 마하트마 간디, 석가모니, 공자, 토마스 러브 피콕, 토마스 제퍼슨, 링컨입니다. 그리고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이기도 하고."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기는 길입니다.

물질적인 것은 무엇이든 뺏기거나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다. 이들은 기약 없는 이 싸움에서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것으로 대항한다. 먼 훗날 다시 책이 허용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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