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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번째 뇌, 제텔카스텐(숀케 아렌스, 인간희극)

by nice dream 2023. 12. 15.
제텔카스텐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이자 ‘1인 이론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다작(多作)했던 니클라스 루만의 메모 상자, 즉 제텔카스텐(zettel+kasten)과 21세기 스마트 노트 어플들 사이에는 기가막힌 연결점이 있다. 바로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게 해준다는 것, 그 생각들을 연결시켜 필요하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기억보다는 생각 자체에 집중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읽기, 쓰기, 사고력, 분석력 등 모든 학습능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키는 제텔카스텐 기법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이 책은 논문, 에세이, 보고서 등 글쓰기로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지럽고 지지부진한 머릿속을 송두리째 바꿔보고 싶은 이들에게 압도적인 생산성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숀케 아렌스
출판
인간희극
출판일
2021.05.20

 
  제텔카스텐. 우리말로는 종이 상자로 해석되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니클라스 루만의 메모 방법이다. 그는 생전에 58권의 저서와 350편의 논문을 작성했는데 이처럼 다작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제텔카스텐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9만여 장에 이르는 메모를 남겼고 그것을 모두 상자에 담아두었는데 그의 엄청난 생산성에 대해 연구하던 사람들에 의해 제텔카스텐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제텔카스텐에 대한 소개와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안내를  해 주고 있다.
 

누구도 글을 쓰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 니클라스 루만
  우리는 모두 글을 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글쓰기와 연관되어 있다. 회사생활만 보더라도 당장 오늘 해야할 일들을 적은 간단한 메모부터 회의 때 있었던 일들, 마무리한 후의 보고서까지 글쓰기가 들어가지 않는 일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작품이 되거나 하는 거창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간단한 메모 수준의 글이다. 하지만 이런 글이라도 글쓰기의 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우리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어떤 종류이든 공부를 하거나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읽고, 배우고,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일이 본업이다. 이 모든 활동을 향상시키는 글쓰기는 여러분을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뒷바람인 셈이다.

 
  제텔카스텐을 위해서는 일단 세 가지 메모 종류가 있다.
 
1. 임시 메모 : 불현듯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작성하는 것이다.
2. 문헌 메모 : 무언가를 읽을 때 내용을 메모한다. 내용은 지극히 선별적으로, 여러분만의 표현으로 적는다.   
3. 영구보관용 메모 : 1단계나 2단계에서 만든 메모를 쭉 살펴보면서 자신의 연구, 생각, 관심사와 어떻게 유의미하게 관련되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디어 하나하나마다 정확히 하나의 메모지에 완전한 문장으로 짧고, 정확하고, 명확한 메모가 되도록 한다.
  
 임시 메모 같은 경우에는 영구보관용 메모로 발전시킨 후 폐기한다. 문헌메모는 서지정보와 함께 보관하는데 요새는 서지정보를 관리해 주는 어플이나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고 하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영구 보관용 메모가 가장 중요한데 이 메모의 목적은 주장, 쟁점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를 살펴보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관련된 메모 뒤에 보관한다. 만약 어떤 메모와 연결할지 정하기 어렵다면 그냥 맨 뒤에 새로운 번호를 부여해서 보관하면 된다. 
 
  제텔카스텐의 목적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들을 연관시킴으로써 새로운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해서 두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미완의 과제가 있을 때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 우리의 단기 기억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가 미완의 과제에 대해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 과제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나중에 그 과제를 관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도록 글로 적어두기만 하면 된다. 우리 뇌는 실제 완료한 과제와 미뤄둔 과제를 구별하지 못한다.

메모와 메모를 활발히 연결짓기 위한 전제조건은 메모 상자를 주제별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다. 연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이질적인 메모끼리도 얼마든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는 학습기관들이 우리에게 제공한 오염된 정보, 즉 주로 모듈러 형식의 주제별 분류, 과목별 분류, 그리고 다른 정보들로부터 고립된 정보가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해독제이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나만의 메모법을 어떻게 시도할지 고민하면서 주제별로 메모를 분류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제텔카스텐 방법을 참고하기 위해 찾아본 몇몇 글에서도 주제별 분류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메모법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였다. 내가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썼다면 비슷한 생각은 그 주제 뒤에, 새로운 범주에 해당하는 생각은 다음 번호를 부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이 전에 소개한  책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 떠올랐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https://emflare.tistory.com/6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까??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데이비드 엡스타인, 열린책들)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소리 좀 듣고 자라서 학창 시절 내내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뛰어나 학업 능력을 보인다거나 음악이나 스포츠 같은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낸 사람들

emflare.tistory.com

 
  특정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외부인이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여 해결한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 메모법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별 분류는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새로운 사고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메모법은 이와 정반대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라 하더라도 이해하고, 연결하고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 내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요령은 오래된 습관을 깨드리려 노력하거나 의지력을 동원해서 억지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습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습관을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목표는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펜과 종이를 곁에 두고 제일 중요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이 메모법 역시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제텔카스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단은 읽고 쓰는 루틴을 먼저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텔카스텐 표지
제텔카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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