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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와일드 시드(옥타비아 버틀러, 비채)

by nice dream 2023. 12. 1.
와일드 시드(옥타비아 버틀러)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남자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여자.
 
아프리카 오지의 한 마을에는 '아냥우'라는 여인이 살고 있다. 그녀는 마을의 사제로 있으며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있지만 사실은 300년도 넘게 살고 있으며 늙지도 않고 어떤 생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도로'라고 하는 남자가 아냥우를 찾아온다. 도로는 변신과 같은 능력은 없지만 다른 육체로 자신을 옮겨 다닐 수 있다. 물론 도로가 옮긴 육체의 원래 소유자는 죽음을 맞게 된다. 도로는 삼천칠백 년을 넘게 살았고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일족을 만들기 위해 능력이 있는 자들을 모으고 있다. 비범한 능력이 있는 자들끼리 서로 짝을 지어서 자신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들로 이뤄진 일족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이끌림에 의해 아냥우에게 찾아가게 된다. 도로에게 아냥우는 야생종이다. 자기가 직접 교배시켜 만들지 않은, 아주 오래전 인연이 있었던 어느 일족의 후손으로 도로와는 별개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도로는 아냥우에게 자신을 따라가기를 청한다. 사실 요청보다는 협박에 가깝다.

"나와 함께 가면 당신 손으로 땅에 묻지 않아도 되는 아이를 보게 될지도 몰라."

 
아냥우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남편들과 수많은 자손들의 죽음을 봐 왔다. 또한 그녀가 도로를 따라가지 않으면 아냥우의 후손들에게 어떤 해를 가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그를 따라나선다.
 
아냥우의 대표적인 능력은 무엇이든 변신할 수 있고 병을 치유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완벽한 변신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병을 치유하는 것도 몸의 어느 곳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세밀하게 느끼고 바로잡는 것이다.

변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몸을 이해한 후 변신할 모습을 떠올려야 했다. 아프거나 부상당했을 때도 단순히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해서 말끔하게 낫는 것은 아니었다. 이해하는 데 시간이 드는 부상이라도 당해 빠르게 몸을 고칠 수 없으면, 그녀 또한 평범한 사람처럼 쉽게 죽을 수 있었다.

 
반면 도로의 능력은 거리의 구애됨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육체든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단 한가지 능력이지만 그 파괴적인 힘 때문에 자신에게 대항하거나 필요 없어진 자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비범한 사람의 육체를 직접 취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추종자로 만들어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과 짝지어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일족들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배에 사용할 만한, 성공에 가까운 품종을 얻었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품종은 직접 없애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진정한 성공작인 아이작이 나왔다. 육체와 정신 모두 건강하고 도로의 아들로서 반항심을 억누를 줄 알면서도 폭풍우를 뚫고 배를 몰 수 있는 염동력을 가진 아이였다.

 
도로가 만든 마을이 있는 미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아냥우는 아이작과 만난다. 아이작은 도로의 자식 중에서도 가장 능력이 뛰어난 자로 물리적으로 사물을 조정할 수 있는 염력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이작은 처음부터 아냥우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도로의 아내가 되기 위해 따라온 아냥우에게 그런 아이작의 관심은 부정한 일이다. 아냥우는 아이작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자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알려주면서 점점 더 가까워진다.
휘틀리에 있는 도로의 마을에서 아냥우는 도로에게 아이작과 결혼하라는 명령을 받고 처음엔 거부한다. 자신이 도로의 노예가 되어버린 상황에 절망하지만 도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냥우밖에 없을 거라는 아이작의 말에 일단 그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언젠가 자유를 얻게 될거에요, 아냥우. 하지만 우선 그의 마음에 가 닿아야 해요. 도로는 매년 두꺼워지는 껍질 속에 틀어박히는 거북이예요.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에게 닿으려면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당신에게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그에게 닿아야 해요.

 
시간이 지나 아이작은 늙어가지만 아냥우는 아직도 그대로이다. 그리고 아냥우는 도로에게 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아냥우의 아이인 응웨케가 변이를 시작하고 끔찍한 사고로 인해 응웨케와 아이작은 죽음을 맞는다. 아이작은 죽어가면서 아냥우에게 살아남으라고 이야기한다.
 
아냥우는 도로에게서 도망치고 때로는 동물로 변신해서 살아간다. 동물로 변신할 때는 도로가 그녀를 추적할 수 없지만 결국은 도로에게 그녀가 사는 곳이 발각되고 만다.  아냥우는 도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도로는 아냥우와 대화하며 서로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된다.

"이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했고 내게는 도울 수 있는 힘이 있었어. 당신은 돕는 게 아니라 이용할 생각만 하지. 하지만 나는 도울 수 있거든."

 
하지만 아냥우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탐내는 도로는 그곳을 다시 휘틀리처럼 만들고 만다. 아무 거리낌 없이 필요 없어진 육체는 마음대로 취하는 도로를 보며 지쳐가던 아냥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저지하려던 도로는 공포를 느끼고 감정이 격해져 흐느끼며 인간성을 되찾는다.
 
도로는 절대적인 폭력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아냥우는 치유와 이해의 상징이다. 이미 오랜기간 너무 쉽게 육체를 탈취하며 살아온 도로이지만 아냥우를 없애지는 못한다. 자신과 능력은 다르지만 비슷한 불멸의 존재로 결국 도로를 받아주고 이해해줄 사람은 아냥우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과 사람들을 위해 아냥우는 때때로 도로에게 협조하기도 하지만 끝내 반항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서 도망치지만 다시 붙잡히는 것도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도로의 인간성이 조금씩 살아나게 된다.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와일드 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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