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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야생 침팬지의 이야기-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 사이언스 북스)

by nice dream 2023. 11. 29.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
인간의 그늘에서

 

제인구달은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 당시 나이로비 국립 자연사 관장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보라는 충고를 받는다. 그를 만난 바로 그 자리에서 조수로 채용된 제인 구달은 루이스 박사로부터 침팬지 연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당시까지만 해도 침팬지의 행동에 관해 두 달 남짓 연구를 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 달 정도의 연구로 침팬지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동물 행동학에 대해 대학에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진정한 열망을 알아본 루이스 박사는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그녀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찌 보면 약간 동화 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 침팬지를 연구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한 소녀가 비록 그에 관한 학위나 경험은 없지만 그녀의 열정을 알아본 한 과학자에 의해 연구비를 지원받고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침팬지의 행동에 관한 연구는 쉽지 않고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자질을 알아본 루이스 박사의 통찰에 의해 우리가 침팬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관찰을 시작한 지 처음 몇 달 동안은 침팬지들이 그녀를 경계하며 피하는 바람에 거의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끈질기게 침팬지들을 따라다니며 관찰을 이어나가자 처음에는 피하던 침팬지들도 이제는 점점 그녀의 존재를 묵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침팬지들의 개체를 식별해 각자 이름을 붙인다. 

나에 대한 침팬지들의 두려움은 점차 공격과 적대감으로 바뀌어 갔고 이제는 많은 침팬지들이 그들의 일상 풍경의 일부분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나는 <지독히도 놀라지 않는 하얀 낯선 원숭이>였던 것 같다.

 

침팬지와 가까워지면서 제인 구달은 침팬지에 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침팬지는 육식을 즐기기도 하고 흰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용도에 맞게 다듬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정의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조항 중 하나가 <도구를 규칙적이고 정해진 양식으로 만드는 동물>이다. 
(중략)
이와 같이 정의를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 없다면 우리는 루이스 리키의 말대로 정의에 따라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울수록 우리는 침팬지들의 관계와 인간들의 관계 사이에 뚜렷한 공통점들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 물질의 99퍼센트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과 매우 유사한 침팬지들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도구도 만들어 사용한다. 침팬지들 내에서도 사랑과 우정, 배신이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침팬지들의 행동을 보며 원시 수렵사회 인류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침팬지들이 사냥할 때 인간의 수렵 사회의 특징이었던 원시적인 협동을 보인다는 것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고기를 먹을 때 그 먹이를 소유한 침팬지는 대개 다른 침팬지들과 고기를 기꺼이 나누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곤경에 처한 침팬지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식용으로 침팬지 고기가 거래되고 있고 좁은 동물원에 갇혀 있거나 연구실에서 사육되어 의학 실험에 이용된다. 요즘은 개나 돌고래처럼 지능을 가진 동물들의 복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가끔 나는 실험실에 있는 침팬지들의 조건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키는 길은 오직 하나, 그런 환경의 침팬지 관리 책임자들을 곰비에 불러 그곳에 있는 침팬지들을 보게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침팬지에 대해 알고싶다면, 그리고 그 침팬지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인간의 그늘에서'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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