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기록

미키7(에드워드 애슈턴, 황금가지)

by nice dream 2023. 11. 27.

미키7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테세우스는 아테네 최고의 영웅으로 크레타 섬의 미궁에서 반인반수인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는 테세우스의 배에 관한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이 소설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스는 얼음으로 뒤덮인 니플하임이라는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익스펜더블이라는 역할에 자원한다. 익스펜더블은 말 그대로 소모품인 존재로 어렵거나 위험한 임무에 가장 먼저 투입되어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다. 만약에 임무도중 사망하게 되면 미리 백업해 둔 기억과 신체정보를 이용해 복제되어 자신의 임무를 계속하는 어떻게 보면 불멸과도 같은 존재이다. 지금까지 6명의 미키가 사망했고 지금 7번째인 미키7이 죽을 위기에 빠져있다.
동굴에 떨어진 미키7은 그가 죽은 줄 알고 동료들이 떠나가자 동굴 안을 탐험하던 중 니플하임에 사는 어떤 생명체와 마주치게 된다. 물론 그전에도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가 있었지만 지금 마주친 생물은 그보다 훨씬 크고 지능도 있어 보인다. 그 생명체의 도움으로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온 미키7은 서둘러 기지로 돌아가지만 그의 침실에는 이미 복제된 미키8이 있다.
 
 이 둘중에 진짜는 누구일까?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이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중략)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미키8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는 방금 깨어났고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론 미키 7이 업로딩을 안 한 기간 동안의 기억은 없다.) 그에게 자신을 의심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다. 거기에 죽었던 기억도 없던 미키7이 갑자기 등장해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면 미키7 역시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갖고 살아왔다. 기억 측면에서 본다면 지난 몇 주간의 기억을 간직한 미키7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키7은 미키8이 아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두 명의 미키는 일단 공존을 선택한다. 그 둘의 상황이 사령부에 알려지면 둘다 사이클러(이 책에서는 모든 것을 분해해 원자단위로 쪼갠 다음 다시 재조립하는 장치를 말함)에 던져질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좁은 개척기지의 상황과 제한된 배급량은 한 사람에게 주어진 분량으로 두 명이 살아가기에 매우 열악하다. 거기에 미키의 여자친구인 나샤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한편 개척기지의 사령관인 마샬은 나탈리스트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종교의 교리는 하나뿐인 영혼의 신성성을 믿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미키와 같은 존재는 바이오프린팅된 신체에 백업된 인격을 심어 만든 영혼없는 괴물일 뿐이다. 마샬은 임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미키를 데려가긴 했지만 사사건건 그와 대립하는 미키가 곱게 보일리 없다. 결국 미키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크리퍼들이 점점 더 위협적인 상황이 되자 사령관은 그 둘을 죽이는 대신 둘 다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임무에 투입시킨다. 바로 크리퍼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반물질 폭탄을 크리퍼의 동굴로 가지고 가서 폭발시키는 것이다. 
작전 도중 미키8은 사망하게 되고 미키7은 전에 그를 구해주었던 지능을 가진 크리퍼를 만나 협상하게 된다. 결국 반물질 폭탄은 터뜨리지 않고 돌아온 미키7은 크리퍼들과의 협상 상황을 전하며 자신이 유일하게 크리퍼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임을 내세우며 더 이상 익스펜더블 임무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다.
 
SF소설을 읽으면 우리가 실제로 가보지 못했던 곳이나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되어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에서처럼 인격까지 복제되어 만들어진 사람을 과연 똑같은 사람이라 볼 수 있을까? 사람의 세포는 계속 죽고 재생되를 반복해 몇 년이 지나면 몸의 세포들이 완전히 바뀐다고 한다. 몇 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럼 나를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은 기억밖에 없다. 그런데 그 기억이 오늘 아침에 주입된 것이고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 소설처럼 미키가 2명인 상황에서 미키7에게 죽음은 그냥 자신의 죽음이다. 미키8은 미키7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만 미키7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한 명 밖에 살 수 없다면 둘 중에 죽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실 마지막 부분에 미키8이 너무 허무하게 죽어서 책의 뒷심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니플하임의 토착생명체인 크리퍼가 공동지능을 가지고 있고 각각 하나의 크리퍼들은 부속물로 여기고 있다는 부분에서 익스펜더블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크리퍼와 미키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 7
봉준호 감독의 차기 영화의 원작으로 주목받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먼 미래,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개척단에서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인력)인 미키7이 탐사 도중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던 미키는 죽어도 복제인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되지 않고, 결국 가까스로 기지로 생환하지만 이미 자신의 예전 기억을 갖고 되살아난 미키8을 만나고만다. 가뜩이나 상류층과 엘리트로 구성된 개척단에서 하층민 출신인 미키를 밥벌레 정도로 여기던 사령관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둘 다 죽임당할 게 뻔한 상황. 둘 중 하나가 죽든가, 아니면 모두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수많은 SF에서 흥미롭게 다뤄왔던 여러 철학적 주제들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한편, 인류사를 바탕으로 창안한 우주 개척사와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미래 설정, 그리고 긴장감과 유머를 적절히 혼합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출간 직후 많은 언론에 주목을 받았으며, 화제에 힘입어『미키7』의 후속작이 2023년 발표될 예정이다.
저자
에드워드 애슈턴
출판
황금가지
출판일
2022.07.2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