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 눈이 멀어 한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일까, 아니면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자기가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을 믿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 더 나쁠까? 오셀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셀로는 베니스의 장군으로 피부가 검은 무어인이지만 출중한 능력과 성품을 인정받아 장군의 지위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그는 데스데모나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다. 데스데모나의 아버지는 베니스의 원로원 의원인 브러밴쇼로 딸에게 좋은 혼처가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그것들을 다 거부하고 오셀로를 선택한 자신의 딸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오셀로가 어떤 마법이나 약을 써서 데스데모나를 유혹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오셀로의 기수인 이아고는 오셀로의 부관이 된 마이클 캐시오를 질투하며 그에게 부관의 자리를 준 오셀로와 마이클을 파멸시킬 음모를 꾸민다. 마침 오셀로가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맞이하자 그의 질투와 분노는 극에 달한다.
무어 놈은 관대하고 개방적인 성품을 지녀서, 정직해 보이기만 해도 정직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당나귀처럼 쉽게 코를 잡혀 끌려다닐 거란 말이지.
이제 됐어.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군. 지옥과 밤이 틀림없이 이 끔찍한 놈의 탄생을 세상 빛 보게 해 줄 거야.
이 끔찍한 놈, 이아고의 질투가 드디어 구체적인 악행으로 실행되는 순간이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를 사모하는 로더리고를 이용해 캐시오를 곤경에 빠뜨린다. 술이 약한 캐시오에게 술을 권하고 실수를 하게 만들어 오셀로로 하여금 그의 부관자리를 박탈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실의에 빠진 캐시오에게 다가가 데스데모나를 만나 부관 자리를 회복시켜 달라고 오셀로에게 청하도록 부탁하라고 조언한다. 반면 오셀로에게는 온갖 감언으로 캐시오와 데스데모나 사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다들 영문을 모른 채 이아고가 생각한 대로 움직인다.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의 지위를 회복시켜 달라는 요청을 들은 오셀로는 점점 이아고의 말을 믿게 되고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사이를 의심한다.
나라가 같고, 피부색이 같으며, 신분이 같은 구혼 상대들을 부인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면에서 그들에게 끌리는 것이 당연한 일일 텐데도요.
흥, 그러한 결심에서 우리는 뭔가 추잡하고 지저분한 불균형을, 부자연스러운 생각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교활한 이아고. 무어인인 오셀로의 열등감을 자극시켜 더욱더 자신의 말을 믿도록 만든다. 오셀로 역시 데스데모나를 사랑하지만 아름답고 집안도 좋은 데스데모나가 자신을 따라온다고 했을 때 선뜻 믿지 못했을 것이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정표로 준 손수건을 우연히 입수한 이아고는 그것을 캐시오의 숙소에 몰래 떨어뜨려 놓고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에게 그 손수건을 준 것처럼 꾸민다. 이제 오셀로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아무리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데스데모나의 말은 믿지 않는다. 결국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의 목을 조르고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리고 이아고의 아내인 에밀리아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된 오셀로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 불행한 여인이여, 속옷처럼 창백하구나!
최후의 심판 날에 우리가 만날 때 당신의 이 모습은 내 영혼을 천국에서 던져버릴 것이고
악마들은 내 영혼을 가로채 갈 것이오.
당신은 순결처럼 차갑게 식었구려, 내 여인이여.
오, 저주받아 지옥에 떨어질 놈!
악마들아, 날 채찍질하여 이 천사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여라!
바람으로 날 날려버려라! 유황불로 날 태워버려라!
가파른 절벽처럼 깊은 지옥의 불바다 소에 날 던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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