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새로운 사건이나 사고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들려오는 이야기로만 들었을 것이고, 그 이후로는 신문이나 뉴스가 전해주는 것들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어느 먼 지역에 있는 일이더라도 바로 눈앞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있게 해 준다. 다양한 정보를 매우 편리하고 빠르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내용으로만 취사 선택하여 볼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지역의 사건, 사고 소식을 대게 별다른 감정 없이 수용하고 하루의 가십거리로 소비하곤 한다. 사건을 겪은 당사자들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은 채, 마치 우리와는 별개의 사건인 것처럼.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듯 이렇게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것은 어떤가? 이 책의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며 겪은 수많은 취재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수도 없이 고민해 왔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생각지 못했던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10.29 참사 당시 촬영된 영상이 증언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다름 아닌 구경꾼들의 존재.
참사의 현장을 보도할 때 뉴스에서 제공하는 영상 외에도 개인이 촬영한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영상들이 때로는 사건의 원인이나 경과를 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촬영만을 위해, 조회수와 추천을 위해 촬영되는 영상이 없다고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참사의 현장에서 모두가 다 구조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촬영을 하기 전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러므로 구경으로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시선을 멈추지 말기를. 여력이 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행동이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시급한 진단의 효용과 오용을 잊지 않은 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유하기를.
작가는 인터넷이 불러온 진짜 문제로 우리를 기다리는 죄책감의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고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각은 죄책감과 무력감의 원천이 된다.
고통을 판다. 고통을 본다. 고통은 눈길을 끌고...... 때로는 돈이 된다. 고통이 자주 구경거리가 됐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 고통은 콘텐츠가 됐다. 콘텐츠가 된 고통은 디지털 세계 속에서 클릭을 갈망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걸 보면서도, 인간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게 가능할까? 우리가 절망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우리는,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어 뉴스의 뒷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스펙터클한 장면을 찾는 기자들과 그런 장면을 내보여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뉴스룸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더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우리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연민을 끌어내기 위해 처참한 묘사와 더불어 '안타까운 사연'까지 동반해야만 비로소 산업재해 기사도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매체들은 지레 자포자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쟁, 재난과 재해, 기아와 난민 등 여러 가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뉴스는 이따금 이런 이야기들을 보도하지만 우리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한다.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누군가에게는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당장 자기 집 앞에서 죽어가는 다람쥐가 더 큰 관심사일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계는 그렇게 넓지 않다. 당장 기후나 환경에 관한 문제는 우리에게 직접 해당하는 일일 수 있다.
뉴스는 세계의 수수께끼들을 보여줄 뿐,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행동의 가능성은 예전에도 지금도 공동체에 달려 있다.
뉴스의 역할과 우리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점점 개인주의화 되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조차 갖지 않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지만 그래도 공동체의 가능성을 믿는다.
' 누군가의 애도가 우리의 애도가 되고 결국 우리를 바꿔 놓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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