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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문예출판사)

by nice dream 2024. 11. 15.
파리대왕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여러 명의 소년들이 어느 무인도에 도착하게 된다. 어른들은 모두 사망하고 남게 된 어린 소년들은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어른들이 없다는 사실이 이내 신나는 일처럼 여겨진다. 랠프와 '새끼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은 소라를 발견하고 그것을 불어 섬에 흩어져 있는 소년들을 모은다. 소라의 소리를 듣고 몇 명의 소년들이 모이게 되고 성가대원을 지휘하는 '잭 메리듀'와도 만나게 된다. 다 같이 모인 첫 회의에서 대장을 정하기로 하는데 투표를 통해 랠프가 대장이 되지만 잭은 그것이 그리 탐탁지 않다. 랠프는 잭에게 성가대를 사냥부대로 만들어 지휘하도록 한다.
랠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봉화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워서 혹시 지나갈지도 모를 선박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새끼돼지의 안경을 이용해 불을 붙이고 잭의 사냥부대는 봉화의 불을 관리하는 책임도 맡기로 한다. 아직까지 소년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잭의 대화에서도 문명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나는 랠프의 의견에 찬성한다. 우리는 야만인이 아니야. 우리는 영국 국민이야. 영국 국민은 무슨 일이든 잘 해결해. 우리는 정당한 일을 해야 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들의 사이에서는 점점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서로 자기의 의견이 더 중요하고 주장하며 때때로 잭은 랠프의 권위에 도전한다. 랠프는 섬에서의 생활을 위해 오두막을 지으려고 하지만 도와주는 아이들이 없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잭은 사냥을 통해 고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둘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진다.
어느 날 랠프는 멀리 수평선 위에 지나가는 배를 보고 희망을 갖지만 봉화가 꺼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잭과 사냥부대는 처음으로 멧돼지를 사냥에 성공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들떠 있다. 사냥부대가 봉화의 관리까지 맡도록 되어 있었지만 책임감 없이 불을 꺼버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모습에 랠프는 화를 내고 잭 역시 고기가 필요하다며 맞선다. 

실수를 저질러놓고도 한수 더 떠서 말로 때우려는 심사에 몹시 화가 났다. 봉화는 꺼지고 배는 떠나갔다. 이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점잖음 대신에 분노가 그의 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랠프는 회의를 소집하고 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짐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짐승의 정체는 낙하산을 타고 섬 위에 떨어진 사망한 병사였다. 낙하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멀리에서는 무서운 짐승으로 보였던 것이다. 쌍둥이인 샘과 에릭 형제가  그것을 목격하고 도망쳐온다. 짐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랠프와 잭은 섬을 조사하고 그들 역시 병사의 시신을 짐승으로 오인하여 정신없이 도망친다. 
랠프와 잭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잭은 랠프가 고기도 가져다준 적 없이 명령만 하고, 랠프가 짐승으로부터 제일 먼저 도망쳐온 겁쟁이 하면서 그와 결별한다. 사실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도망쳐왔으면서 말이다.

"이 애는 사냥꾼이 못돼. 우리에게 고기를 가져다준 적도 없어. 그는 반장도 아니고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그냥 명령만 하면서 남들이 거저 복종해 주기를 바라는 거야. "

 
잭은 사냥부대를 이끌고 멧돼지를 사냥하면서 랠프에게 남아있는 아이들이 자기편으로 넘어오도록 유도한다. 잭은 멧돼지를 사냥한 후 요리를 위한 불이 필요하자 랠프를 습격하여 불을 훔친다. 잭을 비롯한 소년들은 멧돼지 고기를 먹으며 잔치를 벌이고 얼굴에 색칠을 하고 춤을 추는 등 점점 야만인 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랠프의 곁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소년들도 고기의 유혹에 잭의 무리로 점점 합류하게 된다. 
 
멧돼지 사냥을 통해 살생의 느낌을 알게 된 소년들은 점점 과격해지고 사이먼과 새끼돼지도 잭의 무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랠프 역시 그들에게 쫓겨 목숨이 위험해진다. 잭의 무리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랠프 앞에 해군장교가 나타난다. 그는 소년들이 피운 연기를 보고 그 섬에 도착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소라'와 '봉화'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소라는 처음에 랠프가 아이들을 소집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고 그 이후에는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용된다. 소라를 들고 있는 아이가 발언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무리를 이끄려고 하는 랠프의 의도는 종종 잭에 의해 좌절된다. 아이들의 대장이 되지 못한 잭은 오로지 사냥과 고기의 공급을 통해서 랠프의 권위에 도전한다. 또한 새끼돼지의 주장에 의해 봉화를 피우게 되는데 봉화 역시 소년들이 구조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랠프는 봉화를 항상 꺼뜨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역시 잭에 의해 쉽게 무시당한다. 하지만 결국 그 섬에 군함이 도착하게 되는 이유는 섬에서 올라온 연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랠프가 과연 잭과 대적할 만한 힘을 갖췄다면 잭이 그렇게 쉽게 무리에서 뛰쳐나갈 수 있었을까?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나 방법이라도 그에 상응하는 힘이 없다면 폭력에 의해 너무 무참히 파괴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먹을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랠프는 아무리 봉화에 대해 주장해도 아이들에게는 전혀 관심밖의 이야기일 뿐이다. 
 
또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인간다워짐은 우리가 지금껏 발전시켜 온 문명의 힘이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야만성에 잡아먹힐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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